옛감성

이제는 삐삐는 알 수 없는 제품이 되었지만, 한때는 젊은이들의 애장품이었던 삐삐. 그 시대의 감성에 취해보자.

좋은 글귀 모음

가난한 이의 사랑

삐삐가 있으면 좋겠지...
자신의 울타리 안에...사랑을 가두려는 얄팍한 욕심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언제 어디서든 너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신속한 사랑의 방법....
하지만... 때로는 막연한 설렘 속에 가끔은... 무심한 기다림 속에..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던... 전화박스 안에서의.... 그 동전소리를...
너는 알고 있는지...

비오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습
비오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습 속에 비친 외로움


자가용이 있으면 좋겠지...
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다... 늦은 시간 널 바래다줄 때면...
잠시나마 너의 기사가 되어... 네 집 앞 그 최후까지 널 지킬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멋진 사랑의 방법.....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길을 걸으며... 조금은 유치한 인생도 이야기하고.
키 작은 내 사랑도 고백할 수 있는... 좁다란 골목길....
그 안에서의 하루 동안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나의 눈빛을... 너는 알고 있는지....


레스토랑에 가면 좋겠지...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대충 때운 너에게... 모차르트가 연주되는...
어느 웨이터 많은 음식점에서... 널 백작부인처럼... 모실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품위스런... 사랑의 방법...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어느 하나 아깝지 않고... 고추장 립스틱에...
서로가 웃던 허름하고... 아담한 분식집...
그 안에서의 네 배부르고... 행복한 모습이 좋아... 너 몰래 숨기곤 하던...
나의 배고픔을... 너는 알고 있는지....


카페에 가면 좋겠지...
서로의 인생에서... 힘이 겨울 때...
보랏빛 꿈에 취한 술잔 속의 얘기들이 어우러지고..
오랜 추억이 배인 차 한 잔도 멋스러워...
네 지친 날개에...
휴식을 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낭만적인 사랑의 방법...
하지만... 멀리 쓰러져 가는 별을 헤며... 사랑을 줍고.. 인생을 줍고..
세상의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행복을 키우던... 그 가을날...
길거리 카페를... 너는 기억하는지... 차비를 몽땅 털어 네게 건넨...
그 커피잔 속엔... 네가 있어 준 고마움과... 너를 향한 세상의 모든
축복이 함께... 담겨 있음을... 너는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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