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13년 만에 막내아들 창식이를 만나러 가기 전날,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감동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잠깐 시간 내서 읽어 보세요.

13년 간의 기다림 그리고...

막내아들 창식이를 만나러 가기 전날, 아니 그 며칠 전부터 나는 밤잠을 자지 못 했습니다.

'꿈은 아니겠지?'

딸의 손을 잡고 몇 번이나 되물었는지 모릅니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창식이를 만나다니, 하루 밤을 함께 보낼 수 있다니....

비록 교도소 한구석에서였지만 말입니다. 그랬습니다. 내 아들 은 살인자였습니다.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기약 없이 무기수로 살아가는 죄 인의 몸.

그런 아들을 천신만고 끝에 교도소 측의 배려로 온 가족이 함께 만 나러 갔던 것입니다.

'수천 명이나 되는 수감자들 중에서 우리에게 이런 기 회가 주어지다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흰 눈이 소복이 내린 설날 아침, 나는 자꾸만 두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좋은 글귀 모음 : 13년 간의 기다림 그리고...

 

"창식아!"
"어머니!"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저 아들의 손과 얼굴을 닳도록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뿐… 아들을 감싸 안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눈을 감아 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요.

큰 아들네와 딸들이 마련해 온 한복을 아들에게 입히고 음식을 차려놓으니 마치 잔칫집 같았습니다.

창식이도 그 순간만큼은 그 옛날의 내 아들이 분명했습니다.

창식이가 큰절을 했습니다. 얼마 만에 받는 막내아들의 절인 지… 순간 참담했던 그날이 섬광처럼 스쳤습니다.

사건이 나던 13년 전 그날 밤이. 예사롭지 않은 비명소리에 놀라 맨 발로 뛰어가 본 옆 집 마당에, 이웃집 부부는 선혈을 쏟으며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막내아들 창식이가 아직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자루를 손에 쥔 채 서있었습니다.

숨통이 콱 막히는 줄 알았습니다. 망연히 아들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데 창식이는 대뜸 큰절을 하더니 그 길로 파출소로 가 버린 것이 아닙니까?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그렇게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돈 문제로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 밤마다 실랑이를 하던 이웃집 부부였습니다.

남편과 저는 그들 부부가 어려울 때 상가부지까지 무상으로 이전해 주면서까지 친부모처럼 보살폈는데 우리와의 약속을 어기고 배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남편은 화병을 얻었고 사고 당일에도 이웃집 부부가 불량배를 동원해 무례하게 굴자 혈기를 참지 못한 스무 살의 막내아들 이 그만 흉기를 휘둘렀던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성실하기로 동네에서 소문난 아들이었는데 한 순간의 과오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죠.

 

그 일이 있고 난 후 우리는 살던 동네를 떠나야 했습니다.
가진 것 모두 다 처분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건네주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남의 집 살이도 해보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기도원을 찾기도 했습니다.

투병 중인 남편, 창식의 일로 충격을 받은 막내딸에게는 중풍에 심장병까지 찾아왔으니 나는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신앙 같은 건 없었습니다. 기도원에 얹혀살면서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이 고마워 설거지를 거들며 지내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당 강대상을 청소하던 어느 날, 나는 그 만 그 앞에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이 날 부르시는구나 하는 생각 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영문모를 눈물만 솟구치더군요.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으시라는 그분의 음성이 그제야 들렸습니다.

암담하던 상황 속에 작은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병고를 치르던 딸아이가, 그리고 감옥에 있던 창식이가 하나님을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부 터 나는 기도했습니다. 이웃집 부부가 남기고 간 두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말입니다. 가진 것도 줄 것도 없는 빈손뿐인 나였으니까요.


창식이는 주 님 안에서 잘 자라 주었습니다. 평생 자신의 처지와 같은 이들을 도우며 살고 싶은 소망을 품고서 말입니다.
꿈같은 하루가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어느덧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발바닥이 땅에 붙은 것 마냥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언제 또 만날꺼나."
"어머니! 건강하세요."
"내가 날마다 기도한다. 창식아…"
"네, 어머니."

 

잡은 손을 쉬 놓지 못하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다시 헤어지기가 13년의 기다림보다 더 힘이 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

창식이를 보고 온 후로 나는 자꾸만 먼 산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저 하늘 아래 어디쯤에서 아침을 맞고 저녁을 맞을 아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언제고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소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 각으로 말입니다.

※13년째 무기수로 복역 중인 김창식 씨(가명)는 현재 새로운 삶을 꿈꾸며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1급 모범수입니다.

창식 씨는 국가 공인 자격증(건축 기사 1급, 건설안전기사 1급 등)을 무려 8개나 취득하며 다시 세상에 나오 면 자신의 처지에 있는 이들과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고 싶은 소망으로 참 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유신애 씨(가명, 70세)는 막내아들 창식 씨와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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